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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한국여성대회 공연극본 6.더 이상 폭력은 안돼! (제12회 한국여성대회, 1996) 본문

역대 한국여성대회(제1-36회)/제11회~20회 한국여성대회

한국여성대회 공연극본 6.더 이상 폭력은 안돼! (제12회 한국여성대회, 1996)

여성연합 2011. 2. 20. 01:51

3․8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공연 극본

6. ‘더 이상 폭력은 안돼!’ (제12회 한국여성대회, 1996)


3․8여성대회 상황극


‘더 이상 폭력은 안돼’


나오는 이 : 전화상담원 (이 극의 진행자)

정순자 (30대 후반의 주부)

김용팔 (40대 초반의 남편)

김영수 (아들/고등학생)

김은숙 (딸/중학생)

동네사람1/동네사람2

경찰1 



전화상담원 등장


전화상담원 : 저는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전화상담을 받고있는 상담원__________입니다. 저는 지금부터 여러분에게 여성의 전화에서 받고있는 총 전화상담 가운데 30%를 차지하는 가정 내 폭력에 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결혼한 여성가운데 60% 이상이 한번이라도 있다고 합니다. 그정도로 가정내폭력은 심각합니다. 그러나 가정내에서 비밀리에 행해지는 폭력은 개인적인 문제라고 은폐되거나 방치되기 일수입니다. 여러분, 가정내 폭력이 한가족, 그들만의 문제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저희는 가정폭력이 일상화되어있는 한가정을 재현해 여러분과 함께 이문제를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아무런 이유없이 아내를 구타하는 남편 김용팔씨와 그의 가족들입니다. 여러분들은 이 사람들의 행동을 정확하게 관찰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께 분명히 말씀드릴 것은 우리 주위에서 늘상 일어나는 일이라도 자연스러운 것으로는 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자, 그럼 우리 이웃 김용팔씨와 정순자 씨의 집으로 함께 가보시지요.


비둘기집이란 노래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정순자 여인이 청소를 하고 있다. 청소를 하다가 몸이 결리고 아픈 듯이 쉬엄쉬엄 어깨도 두드리고, 다리도 주무른다.


이때 딸 은숙 등장


김은숙 : 엄마, 학교다녀왔어요. 몸도 안좋으신데 청소는 뭐하러 하세요?

정순자 : 응...... 괜찮아. 그래 공부는 잘했냐? 배고프지?

김은숙 : 아니예요. 근데 영수오빠한테서는 연락이 있었어요?

정순자 : (힘없이 도리질) 글쎄 아무 소식이 없구나. 어디가서 무얼하고 다니는지, 밥이나 제대로 먹고있는지...... 걔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맨날 쌈질이나 하러 다니니 커서 뭐가 될라고 그러는지 모르겠어. 그놈도 지 아빠를 닮았는지 원.

김은숙 : (안타깝게 쳐다보며)엄마......

정순자 : 휴우... 니네 아빠는 오늘도 늦으실래나? (손목시계를 보며) 안되겠다. 배고프지? 우리 먼저 저녁먹자. (정순자 상을 하니고 앉아서 은숙과 함께 밥을 먹기 시작한다)


그 때 남편 김용팔 등장.


김용팔 : 이 놈의 집구석은 가장이 들어와도 반겨주는 사람 하나 없으니 이거 원...

김은숙 : (놀라서 벌떡 일어서며) 아빠, 다녀오셨어요?

정순자 :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아니, 문 안 잠겼었어요?

김용팔 : 문단속 하나 제대로 못하고 집안에서 하루종일 뭐하고 있는거야? 도대체 나사가 빠져서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으니...

정순자 : 여보, 식사 안하셨지요? 제가 빨리 차릴게요.


김용팔, 웃옷을 팽겨치듯이 의자 위에 벗어 건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의자에 앉는다. 정순자 식사를 준비한다. 김용팔 몇숟갈 뜨는 시늉을 하다가


김용팔 : (웃옷을 벗어서 바닥에 던지며) 처자식 먹여살리려고 내가 밖에서 뼈빠지게 고생하면 뭘해? 고마운 줄도 모르는데......


김용팔 : 도대체 반찬이 이게 뭐야? 돈 벌어다 준거 어디다 쓰는 거야 이걸 반찬이라고 차려놨어? 또, 국은 왜 이렇게 짜? (반찬을 민다) 다시 차려!

정순자 : (불안한 듯 비위를 맞추며) 오늘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요? 일이 잘 안됐어요?

김용팔 :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남들은 처가덕에 사업을 하네, 마네 하는데 도대체 당신네 집안이 나하는 일에 도움이 되는 게 뭐 하나라고 있었어?

정순자 : 여보, 친정얘기는 제발 그만 좀 하세요.

김용팔 : (폭발하듯) 아니, 그래서 니가 잘했다는 거야? 남들은 처가덕에 사업도 벌리고 웃사람에게 빽도 써준다는데 당신네가 그모양 그꼴로 사니까 내 하는일이 인생이 잘 풀리겠냐? 내가 이렇게 사는 건 다 너 때문이라고! (벌써 손이 올라가 정순자를 치려고 한다)

정순자 : 여보, 제발!

김용팔 : 어디다 눈 똑바로 뜨고 말대답이야? (음식을 뒤집어 엎는다)

김은숙 : (울먹이며 아버지를 붙잡는다) 아버지, 왜 또 이러세요? (엄마를 감싼다)

김용팔 : (은숙을 거세게 밀치며) 아니, 어디라고 말대꾸야? 너도 맞고 싶지 않으면 참견말고 니방에 들어가 있어! (김은숙을 밀친다)

정순자 : 아니 왜 이래요? 왜 애는 치고 그래요?

김용팔 : 그래, 너 말 잘했다. 오늘 내손에 한번 죽어봐라.

정순자 : (싹싹 빌며) 아이구 제가 잘못했어요.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다음부턴 안그럴게요.

김용팔 : 시끄러 이년아!


김용팔, 정순자를 때리는 장면 멈춘다.

딸 은숙은 체념한 듯 방한구석에 쓰러져 가만히 있는다.


전화상담원 : 보통사람은 심한 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한평생 통틀어 몇 번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아내나 아이들에게 행사하는 가정폭력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족들은 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됩니다.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맞는 것을 보고 자라는 딸의 심정은 어떨까요?


김용팔, 정순자를 질질 끌며 퇴장.

딸 은숙 일어서서 이야기 한다.


김은숙 :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아빠에게 맞았어요. 처음에는 그게 엄마가 아빠에게 잘못해서 매를 맞는 줄 알았지요. 그렇지만 철이 들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아빠는 기분에 따라 엄마를 때려요. 회사에서 기분나쁜 일이 있다거나, 오빠나 저에게 화가 났을 때도 엄마를 때렸어요. 한번은 엄마에게 왜 맞고 사시냐고, 그냥 이혼하시라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그때 엄마는 제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보시며 ‘너희들 때문에, 너희만큼은 엄마, 아빠없이 자라게 하고싶지 않다’고 하시며 우셨어요. 할말이 없었죠. 우리 때문이라는데, 제가 더 이상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저도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요. 이대로 두면 엄마가 죽을 것만 같아서... 제 손으로 신고를 해야겠어요.(전화를 건 후 퇴장)


폭력이 계속되는 상황을 소리효과로 처리. 무대 밖에서 남편이 때리는 소리와 부인의 비명소리 들린다. (아주 심하게)

동네사람 1, 2 비명소리를 듣고 정순자의 집으로 몰려든다.


동네사람2 : (무대 밖을 보면서) 아니, 영수아버지, 도대체 이게 왠일이예요? 영수엄마 꼴이 이게뭐예요? 큰일나겠어요.

김용팔 : (무대밖에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우리 집안문제니까 돌아가 주세요. 당신들이 상관할 바가 못되요!

동네사람1 : 아니, 영수아버지. 허구헌날 이게 무슨 일이예요? 옆집 사람 좀 생각해 주셔야지요? 도대체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어요.

동네사람2 : 정말 사람 죽겠어요. 하루이틀도 아니고 이래가지고 사람이 어떻게 살아?

김용팔 : (무대 밖에서) 내 마누라 죽이든 살리든 당신들이 무슨 상관이요? 남의 일에감놔라 대추놔라 하지 말고 당신 집구석이나 간수 잘해요. 나가주세요. 여긴 내집이요, 내집!


동네사람1,2 상담원쪽으로 오며


동네사람1 : 에그.. 인간말종이야. 구제불능이라구.

동네사람2(여자) : 쯧쯧... 영수아버지가 영수엄마 때리는 건 동네사람들이 다 알아요. 벌써 여기서 산지가 몇 년인데요. 근데 사실 우리도 안타깝지만 도와줄꺼는 별로 없어요. 아까도 보셨지요? 집안일인데 당신들이 뭔데 왈가왈부하냐고요. 저번에는 너무 심하게 때리는 것 같아서 저희가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었어요. 근데 집안문제라면서 오지도 않더라구요. 그저 여자로 태어난 게 죄라구요, 죄.


전화상담원 : 정말로 여자로 태어난 것이 죄인가요? 그럼 구타당하는 여성의 생명은 누가 보호해주어야 합니까?


삐뽀삐뽀 경찰차소리가 들린다.

경찰1,2 등장


경찰1 : (등장) 여기 누가 신고하신 분 안 계십니까?

김은숙 : (다급한 목소리로만) 예.


김은숙 등장.

동네사람1,2 구경만 하고있다.


경찰1 : 무슨 일입니까?

김은숙 : (애원하며) 우리 엄마 죽어요.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

김은숙 : (울먹이며) 저희 아빠가... 엄마를...때려서... 전 너무 무서워요.

경찰1 : (무대 밖에서 정순자의 상태를 보고 들어와 혼잣말로) 상태가 꽤 심한데... 어디 한군데는 심하게 부러진 것 같군.

동네사람2 : 허구헌날 마누라를 개패듯이 패다니, 아이구 불쌍해서 더 이상 볼수가 없어요. 저 사람 좀 잡아가요, 잡아가!


경찰1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경찰1 : (헛기침하며) 에...... 집안문제엔 우리 경찰이 개입할 수가 없습니다. 에...... 당사자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나 할까요.


동네사람 1,2, 은숙은 분통을 터뜨린다.


동네사람2 : (이해가 안간다는 듯이) 아니, 아무리 집안문제라 하더라도 부인이 저렇게 심하게 맞아서 엉망인데, 알아서 하라니요?

김은숙 : (애원하듯이) 우리 엄마, 우리 엄마는 어떡하라구요? 아저씨. 

경찰1 : 저희는 이런 일 아니라도 하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이건 집안일이에요! 죄송합니다.

김은숙 : 아저씨들 그냥 가시면 저희 엄마는 아버지한테 맞아 죽을지도 몰라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제발 어떻게 좀 해주세요. 제? 아저씨. 저희 좀 도와주세요.

경찰1 : (난처하단듯이) 아, 거참... 아니 막말로, 남편이 자기 여편네가 잘못하면 몇 대 때릴 수도 있는거지. 아니 또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았겠지! 뭐 그걸 가지고 일일이 다 경찰에 신고하면 경찰이 뭐, 해결사도 아니고 그걸 다 어떻게 쫓아다녀. 가뜩이나 단속이다 뭐다 해서 바빠죽겠는데 말이야. 경찰도 너무 바빠요, 바빠. 이거 아니라도 할 일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요?

동네사람1 :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는다구요? 나 참.

동네사람2 : (화가난다는 듯) 아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여편네가 잘못하면 남편이 몇 대 때릴 수 있다니요?

경찰1 : 아니, 이 아줌마가? 알아서들 하세요. (더이상 간섭하기 귀찮은 듯 서둘러 퇴장)

김용팔 : (살판났다는 듯 등장하며 손털며 등장. 동네사람1,2에게) 은숙아! 물 좀 떠와라! 거 아주머니들! 어이, 당신들. 뭐 구경났다고 남의 집에 들어와서 아직도 안가시고 계신겁니까? 호떡집에 불났어요?

동네사람1 : 참, 나. 동네수준이 말씀이 아니야. 챙피해서 살겠나, 원. 이사를 갈 수도 없고... 아줌마! 갑시다.


동네사람1,2 퇴장

딸 은숙은 그저 울 뿐이다.

이때 아들 김영수 등장.


김은숙 : 아니 오빠!

김용팔 : 아니, 너 이자식! 어디갔다 이제 기어들어와? 도대체 자식들을 어떻게 키웠길래... 집안이 온통 콩가루 집안이야.

김영수 : (아버지를 노려보며) 또 때렸어?

김용팔 : 이자식 너 어딜 기어들어와! 나가! (김영수를 때린다)

김영수 :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 맨날 엄마만 두들겨패는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

김용팔 : 뭐라고? 이놈의 새끼가? 애비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김영수를 때린다)

김영수 : 두고 봐. 언젠가는 꼭 내손으로 죽여버릴 테니까!

김용팔 : 이 후레자식 같으니라고! 너 이리 못 와? 잡히기만 해봐라. 모가지를 비틀어 버릴테다!

김영수 : 두고봐. 죽이고 말테야!


김영수,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밖으로 나간다.


김은숙 : 오빠! 그냥 가버리면 어떻게 해! 엄말 병원으로 데려 가야지. 나보고 어떡하라고... 제발 저좀 도와주세요.


정순자 피를 흘린채 비틀거리며 기어나온다. 김은숙 정순자에게 다가가 껴안는다.


김은숙 : 엄마!


전화상담원 : 여자와 북어는 사흘에 한번씩 두들겨 패야 한다구요? 과연 그럴까요? 오늘 김용팔씨와 정순자씨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납니다. 그렇지만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제2, 제3의 매를 맞는 정순자씨가 있을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들께 마지막으로 요청합니다. 늘상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을 그냥 지나치지 맙시다. 이것이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라면더 이상 참지 마십시오. 우리들 이웃의 이야기라면 더 이상 방치하지 맙시다. 악습을 깨달은 곳에서는 구제책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여러분, 여성과 아동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한시라도 빨리 우리 모두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에 앞장섭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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