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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한국여성대회 공연극본 10.무지개를 사세요 (제13회 한국여성대회, 1997) 본문

역대 한국여성대회(제1-36회)/제11회~20회 한국여성대회

한국여성대회 공연극본 10.무지개를 사세요 (제13회 한국여성대회, 1997)

여성연합 2011. 2. 20. 01:55

3․8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공연 극본

10. ‘무지개를 사세요’ (제13회 한국여성대회, 1997)


‘무지개를 사세요’


연출 | 김미정

스텝 | 김종섭, 김아라, 한세정

참가 | 대전여민회 연극모임 ‘돼지꿈’

출연 | 서은덕, 정보영, 김혜영, 임원정규



무대에는 세 덩어리의 신문지 뭉치가 있다. (무대에서의 움직임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신문지를 붙여서 커다랗게 한다) 신문지 덩이 안에는 사람들이 있다. 소녀가 등장한다. 머리를 양쪽으로 땄다.


소 녀 : (가까운 신문지 덩어리 앞에 서서 ) 성냥 사세요! 성냥 사세요!

우륵부인 : (신문지를 접어서 가야금을 탄다. 할머니다) 딩디리 딩딩. 만나면 좋은 친구 우!

소 녀 : 성냥 사세요. 성냥 안 쓰시면 라이터도 있어요. 껌도 있어요.

우륵부인 : 자진방아를 돌려라~

소 녀 : 성냥 좀 팔아 주삼.   

우륵부인 : (입으로 가야금을 친다)

소 녀 : 아니 왜? 왜! 성냥은 안 팔아 주고 그런 이상한 소리만 내삼?

우륵부인 : 딩디리 딩딩!

소 녀 : (쭈그리고 앉아서) 아! 좌절! 춥고 배고프고……. 남들은 크리스마스라고 맛있는 것도 먹고 재미있게 노는 데 나는 이게 뭐삼!

우륵부인 : 산다는 게 그런 거지!

소 녀 : 할머니 그런 칙칙한 노래 말고 이런 노래 어때요? (노래한다)


우륵 노래를 듣다가 심취해서 가야금을 켠다. 소녀는 노래도 하고 춤도 예쁘게 춘다.


우륵 부인 : 우~ 아주 좋아.


전화벨 소리 들린다. 음악이 꺼진다.


소 녀 :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네? (당황하며) 아니요, 아직 못 팔았는데요? 여기요? 여기 왠 할머니하고 (사이) 아니 그게 아니라. (사이, 화를 내며) 성냥만 팔면 되잖아요. (사이) 글쎄 그 돈은 성냥 팔아서……. (전화가 끊겼다)

우륵부인 : 뭔 일이삼?

소 녀 : 할머니 진짜 성냥 안사세요? 안 사시면 저 다른 데로 갈 거 에요.

우륵부인 : 왜? 한참 필 받았는데. 그럼 우리 가면서 하자.

소 녀 : 할머니. 저도 놀아드리고 싶은 데요. 돈이 필요해요. 성냥 팔아서 빚 갚아야 해요. 안 그러면 몸을 팔아야 할지도 몰라요.

우륵부인 : (소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성냥 파는 게 쉽겠다. 놀아줘! 그럼 성냥 사줄게.

소 녀 : 정말요? 할머니 돈 있어요?

우륵부인 : 돈? 그게 뭔데? 난, 돈하고 사람 구경한지 오래됐어. 놀아 줘잉. 그럼 가야금 켜줄게.

소 녀 : 열나 짜증. 할머니도 참. 그럼 저랑 같이 다녀요.

우륵부인 : 그래, 그래. 너도 집에 가면 나 같은 할머니 있을 거 아녀. 잘하는 거야. 잘하는 거야. 잠깐 가만 있어봐. (주저앉아 치마를 내린다) 똥 좀 싸고.

소 녀 : 할머니 똥은 왜 싸요?

우륵부인 : 호랑이는 오줌으로 영역표시를 하잖어. 우리 노인네들은 똥으로 영역 표시를 하는 거야.

소 녀 : 아니? 왜?

우륵부인 : 야! 우리가 돈이 있냐. 빽이 있냐. 똥으로라도 영역을 표시해야지. 잠깐 기다려. 끙! 너도 해. 보아하니 너도 늙어서 나처럼 될 확률이 높다.

소 녀 : 아이 더러워. 난 절대로 할머니처럼 안 될 거에요.

우륵부인 : 그래? 너 돈 있냐? 있으면 성냥은 왜 팔겠냐. 그럼 너 학교 댕기냐? 학교 댕기면 이 시간에 성냥은 왜 팔겠냐. 하긴 예전에는 못 살어도 공부 잘하는 애들 많았지. 근데 지금은 아녀. 너 꿈은 있냐?             

소 녀 : (머리를 쥐어 뜯으며) 으으으으!

우륵부인 : 어여 똥싸. 이렇게 라도 우리가 살다간 흔적을 남겨야지.

소 녀 : 내가 미쳐.  

우륵부인 : 노란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소녀가 다른 신문지 덩어리들 앞에 가서도 성냥을 팔아달라고 애원한다.


소 녀 : 성냥사세요. 성냥 좀 사주 세요! 성냥 안쓰시면 라이터도 있어요. 껌도 있어요.

힘쎈댁 : (신문지를 아이처럼 업고 어른다) 성냥이유? 월만디유?

소  녀 : 하나에…

힘쎈댁 : 성냥을 사서 워따 쓴데유?

소 녀 : 초에다 불을 켜면 방이 아늑하게 돼서 분위기 나고요!

힘쎈댁 : 그려유?

소 녀 : 하나 드릴까요?

힘쎈댁 : 혼자 사는 년이 분위기내면 뭐한데유?(몸을 비틀며)

소 녀 : 그럼! 번개탄에다 이 성냥을 대고 불을 지펴서 삼겹살 꿔 먹어도 맛있고요!

힘쎈댁 : 아이구, 맛있겄네유.

소 녀 : 하나 드릴까요?

힘쎈댁 : 하루 새끼 먹기도 힘든데 삼겹살을 어떻게 먹는 데유?

우륵부인 : 그럼 담배 필 때 라도…….    

힘쎈댁 : (버럭 화를 내며) 아! 담배 값이 월마나 비싼데 담배를 핀데유?     

소 녀 : (놀라며) 에휴. 깜딱이야!

우륵부인 : 나는 애 떨어질 뻔했어요.

힘쎈댁 : 그나저나! 우리 애 좀 잠깐 봐주면 안돼유? 일을 나가야겄는데, 애 봐줄 사람이 없어서 일을 못 나가유! 며칠 째 일을 못 나가서 밥도 못 먹었유! 나는 괜찮은디 우리애가 자꾸 배고프다고 울어유. 큰 애는 저 윗 동네 부잣집에 줘버렸는데 구박이나 안 당하는지 모르겄네유.

소 녀 : 아니 이 동네는 왜 맨!~ 이런 좌절 씨츄에이션? (우륵부인을 가리키며) 저 아줌만 이상한 노래나 하고 똥이나 싸고.

 

우륵부인이 종이꽃을 머리에 꽂는다.


힘쎈댁 : 머리에 꽃 꽂았네유. 주.방. 아.줌.마 구함! 오전 6시부터 오후 열시까지…….

        홀 써빙 구함. 오전 열시부터 오후 열시까지. 큰일 났네. 죄 다 시간이 길어서……. 

소 녀 : 파트타임 있잖아요.

힘쎈댁 : 그게 뭔데?

소 녀 : 알바.

힘쎈댁 : 뭐?

소 녀 : 그러니까 오전에만 일하고 오후에는 일 안하는 거.

힘쎈댁 : 잉? 그런데도 있어유? 그런데도 돈을 다 줘유?

소 녀 : 아니. 돈은 다 안주죠.

힘쎈댁 : 그럼 어떻게 먹고 산데유?

소 녀 : 그럼 길게 일해요.

힘쎈댁 : 그럼 애는?

소 녀 : 그럼 알바를.

힘쎈댁 : 그럼…….

우륵부인 : 돈이 적잖어.

소 녀 : 내가 미쳐.

힘쎈댁 : (주저 앉으며) 뭐여. 뭐여. 뭐여. 뭐여. (노래하며) 뭐여. 뭐여 뭐여 그놈의 돈이 뭐길래.


우륵부인이 가야금을 켠다.


우륵부인 : 제발 날 내버려 두지마.


힘쎈댁과 우륵부인이 노래하며 춤춘다.


소 녀 : 할머니! 아줌마!


소녀가 다른 신문지 덩어리로 간다.


소 녀 : 성냥 사세요. 네? 제발 성냥 좀 사주 세요!


신문지로 아이의 모양으로 꾸민 「프란다스의 개」의 네로가 강아지 인형을 옆에다 두고 있다.


우륵부인 : (프란다스의 개 노래) 라라라! 라라라! 랄라라랄라 라라라라~

네 로 : 아줌마! 우리는 성냥이 필요 없어요! 혹시 우유 드시지 않으실래요?

소 녀 : 성냥하고 우유하고 바꿀래?

네 로 : 그건…안 되겠는데요. 성냥은 필요 없고 할아버지는 편찮으시고 우유를 하나라도 더 팔아야 되거든요!

소 녀 : 아 좌절! (강아지 인형을 보며) 이 개는 이름이 뭐니?

네 로 : 파트라슈요!

우륵부인 : 팥들었어? 어디! 어디!

네 로 : 아니요. 파트라슈요!

우륵부인 : 그러니까 팥이 어디 들었냐고?

소 녀 : 아니! 파트라슈요! 프란다스의 개 몰라요?

힘쎈댁 : 프. 프. 프… 뭐? 처음듣는디유?

네 로 : 아이 참 아줌마도!

소 녀 : 좌우당간! 이 동네는 다 왜! 이 모양 요 꼴들의 죄다 가난한 사람들만 살어? 

네 로 : 이 할머니는 우륵부인인데요. 평생 우륵 뒷바라지 하느라고 이렇게 늙고 치매에도 걸렸는데요. 늙으니까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혼자 가야금만 켜요. 가끔 똥싸서 벽에다 칠하기도 해유.

우륵부인 : 영역표시라니까.

소 녀 : 우륵? 우륵은 가야금을 아주 잘 켜는 사람이 아니야?

네 로 : 사실 저 할머니가 우륵보다 가야금을 더 잘 켰데요. 그런데 여자라서 남편 뒷바라지만 하다가 이렇게 됐데요.


슬픈 가야금 선율 들리면 우륵부인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머리에 꽂았던 꽃을 입에 물고  가야금을 켠다.


힘쎈댁 : (찔끔찔끔 울다가 코를 풀며) 참 처량도 하다. 히잉!

소 녀 : 이 아줌마는 누구야?

네 로 : 이 아줌마는 힘쎈댁 아줌만데요. 남편이 얼마 전에 죽었데요. 그래서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데 배운 것도 없고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일자리도 못 구하고 저러고 있데요.

힘쎈댁 : 눈이 마이 내리는 날. 애 아빠가 부잣 집에 보낸 큰 아이 보러 산을 넘어가다가유 그만……. 

소 녀 : 아아~ 여기가 도대체 어디야? 어딘데 이런 사람들이 살아? 그러고보니 너도 동화책에 나오는 아이 아니야?

네 로 : 여기는!

우륵부인 : 여기는!

쎈댁 : 여기는!

소 녀 : 여기는?


사람들이 신문지를 모아서 방을 만든다. 음악 나온다. 각종 사건들이 붙여져 있는 포스터 내지는 프로젝트 화면 비친다. 화면에 사람들이 겹쳐진다. 소녀와 네로가 방안으로 들어간다. 네로와 소녀를 제외한 사람들은 마귀할멈처럼 동화를 읽어주는 것처럼 분위기를 낸다.(방 앞에  흰 천을 쳐서 그림자 인형극을 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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