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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2020 3.8 여성대회] 성평등 디딤돌 본문
2020년 3월 7일(토)로 예정되었던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6회 한국여성대회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우려로 인해 잠정 연기되었습니다.
추후 한국여성대회는 개최될 예정이오나,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올해의 여성운동상’과 ‘성평등 디딤돌’ 수상자와 ‘성평등 걸림돌’ 명단을 먼저 발표하기로 하였습니다.
‘올해의 여성운동상’은 지난 한 해 동안 우리사회의 성평등과 여성운동 발전에 공헌한 개인 또는 단체를 선정해 해마다 한국여성대회에서 시상하고 있습니다.
‘성평등 디딤돌’은 지난 한 해 우리사회의 성평등에 기여한 개인 또는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입니다. 반면, 우리사회의 성평등 실현에 걸림돌 역할을 한 개인 또는 단체를 지정하여 ‘성평등 걸림돌’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여성운동상’과 ‘성평등 디딤돌’ 수상자들은 추후 개최될 제36회 한국여성대회에서 함께 소감을 나눌 예정입니다.
2020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6회 한국여성대회
○ 성평등 디딤돌
(1) 여성노동의 외주화·비정규직화에 정면 도전해 비정규직 문제의 성차별성을 폭로한 톨게이트 요금수납 여성노동자들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 여성 노동자들은 여성의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환경, 여성노동의 외주화 및 비정규직화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여성의 노동권 의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의 성차별성을 드러내 비정규직 철폐운동의 지평을 넓혔다. 한국도로공사는 2000년대 이후 여성노동자가 대부분인 톨게이트 요금수납 직무를 직접고용에서 도급계약으로 변경하고 노동자들을 외주용역업체 소속으로 전환하였다. 이에 요금수납 여성노동자들은 2013년부터 근로지위 확인소송을 제기하였고, 1, 2심에서 승소하였다. 2019년 8월 대법원에서도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직접고용할 것을 주문하는 판결을 이끌어내었다. 하지만 그 이후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에 원고로 참여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개별 소송을 진행하면 그에 따라 선택적으로 직접고용 여부를 결정하겠으며, 2015년 이후 입사자는 임시직 기간제로 우선 채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요금수납 여성노동자들은 지금도 청와대 앞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다양한 여성‧시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직접고용을 거부하는 자본과 기업, 그리고 이를 방관하는 정부에 맞서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2)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혐오표현 금지는 헌법의 원칙임을 천명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합헌 결정
2019년 11월 헌법재판소는 학생의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혐오표현을 금지하는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의 헌법소원 사건(2017헌마1356)에 대해, 해당 조례가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하였다. 이 결정은 성적지향 등과 관계없이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평등하며,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는 차별과 혐오는 제한되어야 한다는 인권의 기본원칙을 천명한 것으로, 일부 극우·보수기독교 단체들의 성평등 조례안 철회를 위한 조직적 움직임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 시사하는 의미가 매우 크다. 본 조례 5조1항은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국가·민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상황, 인종, 경제적 지위,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5조3항은 ‘이 같은 이유로 차별적 언사나 행동, 혐오적 표현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성적지향을 기반으로 한 차별과 혐오표현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발생시키는 명백한 차별의 행위이므로 금지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3) 체육계 미투운동의 발화점이 되어 공고한 체육계 카르텔과 성폭력문화 개혁의 계기를 마련한 심석희 선수
심석희 선수는 2019년 1월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성폭력 및 폭력에 대해 증언하고 가해자를 고발했다. 심석희 선수의 용기 있는 공론화는 2018년 한국사회를 휩쓴 미투 운동의 물결을 이어나감과 동시에, 신유용 전 유도선수의 성폭력 피해 증언, 정종선 전 고교축구연맹 회장에 대한 성폭력 및 폭력, 횡령 고발 등 다양한 체육계 미투 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다. 또한 이는 체육계의 오래되고 공고한 성폭력 문화와 은폐의 카르텔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 출범,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 구성 및 권고 발표 등 실질적 정책‧제도 마련을 이끌어내었다. 심석희 선수는 최근 2020년 1월 서울시청에 입단해 올 4월에 개최되는 2020-2021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는 등 활기찬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어 수많은 여성 스포츠인들에게 용기가 되고 있다.
(4) 학교 내 성폭력 문제, 특히 여성청소년들의 복합차별 문제를 공론화하고 변화를 이끈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2018년 미투운동 이후 전국의 교육현장은 청소년들이 경험한 교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미투’의 목소리로 가득찼다. 전국 80여 개 학교에서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학교 내 청소년에 대한 성폭력‧폭력을 자행하고 묵인해 온 교육시스템을 앞다투어 고발하였다. 프로젝트 기반의 연대체인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은 전국 각지의 스쿨미투 집회 개최, 서명운동, 캠페인 등을 통해 가해교사에 대한 엄정한 처벌,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 성폭력 예방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위티의 양지혜 활동가는 2019년 2월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한국정부 사전심의에 직접 참석해 한국의 스쿨미투 상황을 알리기도 했다.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은 2019년 6월 청소년 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WeTee)’로 공식 출범해 다양한 청소년 페미니스트들과 연대하고 있다. 위티는 스쿨미투가 남긴 과제 해결을 위해 여성청소년이 겪는 다양한 복합차별의 맥락을 공론화하고, 이들에 대한 폭력 예방과 인권보장을 위한 활동을 힘차게 해나가고 있다.
(5) 여성청소년의 억압과 폭력 경험을 여성주의 시선으로 담아낸 영화 ‘벌새’의 김보라 감독
2019년 8월 개봉한 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는 10대 여중생 은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뿌리깊은 억압과 폭력의 사회구조를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예리하게 그려낸 여성주의 서사이다. 영화는 평범해 보이는 가족 내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형태의 성차별과 젠더폭력을 촘촘히 짚어낸다. 또한 학교도 학벌주의와 신자유주의 경쟁 논리를 학생들에게 체화시키는 사회시스템의 일부임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나아가 1990년대 한국사회를 관통했던 성장 중심 이데올로기를 은희의 시선을 통해 여성주의 관점으로 비판하고 있다. 한편 은희를 단순히 폭력의 피해자가 아닌 다채롭고 역동적인 캐릭터로 설정하고, 그가 주변 사람들과 맺는 관계 속에서 자신을 대면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여성연대의 가능성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 ‘벌새’는 국내외 영화제에서 40여 차례 상을 수상하고, 독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15만 여명의 관객을 모으는 등 독보적인 성과를 기록하며 수많은 여성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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