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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한국여성대회 공연극본 3.당신을 법정에 세우겠소 (제9회 한국여성대회, 1993) 본문

역대 한국여성대회(제1-36회)/제1회~10회 한국여성대회

한국여성대회 공연극본 3.당신을 법정에 세우겠소 (제9회 한국여성대회, 1993)

여성연합 2011. 2. 20. 01:45

3․8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공연 극본

3. 성폭력특별법 제정을 위한 모의법정 ‘당신을 법정에 세우겠소!’ (제9회 한국여성대회, 1993)


성폭력특별법 제정을 위한 모의법정

‘당신을 법정에 세우겠소!’


 연 출 | 이은애 (극단 ‘현장’)

조연출 | 문경희 (기독여민회)

 대 본 | 엄인희 (방송극작가)

출연자 | 이민산, 이수연, 문화령 (한국여성민우회)

 이만현, 이진현, 박정아 (한국여성의전화)




(무대 가운데에 책상이 있다. 위에는 나무방망이와 법전이 있다)

(서기 들어온다)


서기 : 지금 재판장님이 들어오십니다. 모두 기립하십시오.


(재판장 기록서류를 들고 들어온다)


재판장 : (객석을 둘러보며) 다들 왔나? 검사 어딨어?


(검사 앞으로 나온다)


재판장 : 변호사도 나와!


(변호사 앞으로 나온다)


재판장 : 두 사람은 오늘 재판의 진행이 특이하다는 걸 아나요?

검사, 변호사 : 예!

재판장 : 그러면 시작하기에 앞서... 서기! 죄인들은 다 왔나?

서기 : 죄인없는 재판 봤나요?

재판장 : 그렇지. (방망이를 들고) 지금부터 성폭력특별법 제정을 위한 암중모색 1차 공판을 시작하겠습니다. (두드린다)

재판장 : 먼저 잡범들부터 다스릴 테니까, 검사, 변호사는 문제의 강미란씨 사건 때나 나서도록 하시오.

(서류를 뒤적이며) 근데.... 서기! 피의자들을 세워놔야지... 1번!


(서기는 객석으로 가서 아무나 한 명 세운다. 이후로 경범죄는 그렇게 해결한다)


재판장 : (서류를 보며) 쯧쯧... 나이도 어린 놈이... 야! 너 열일곱이면 몇학년이냐? 지하철서 주무르고 다녀? 쯧쯧 남들은 대학가려고 두 눈이 시뻘건데 텃다, 텃어. 죄명 성추행, 징역 6개월 (망치 땅땅땅!)


(서기 그 사람을 앉히고  다른 사람을 세운다)


재판장 : (서류를 보며) 아저씨! 나이가 쉰이 다 됐잖우! 옛날 같으면 휘늘어지다 못해 꺽어진 버들가지를 내놔? 그것도 여고생들 올라오는 아침교문 앞에서? 상습범이야? 어디 얼마나 잘났는지 한 번 내놔 봐. 벌금으로 때려줄게. (서기 내놔보라고 한다) 죄명 상습 성기노출, 징역 6개월에 성폭력교화원 교육 1회 (망치 땅땅땅)


재판장 : (서류를 보며) 미친놈! 어디 건드릴 게 없어서 자라나는 청소년을 건드려! 남자가 남자를? 야, 이거 나쁜 놈이네. 얌마! 너도 장가갔으면 그만한 아들이 있어, 마!...(죄인에게 법전을 던지며) 이게 나한테 꼬리치네 내 아들이 당했으면 죽였다. 임마! 죄명 변태행위 추행,징역 6개월에 교육반복 (망치 땅땅땅)


재판장 : (죄인을 보며) 얜 또 뭐야? 별명은 컴퓨터 박사인데... 음란프로그램을 700명이나 복사해줬다고? 엄마야! 야... 짜증난다. 짜증나. 머리 터지게 고시공부해서 합격했을 땐, 정으의 심판자가 되는 줄 알았는데... 이건 맨날 하는 말이... “집어넣었습니까?”, “그러니까 성기를 직접 봤나요?” 어쨌든 넌, 죄명 음란프로그램 유포, 벌금 300만원, 교육 1회 (망치 땅땅땅!)


재판장 : 한 사람 남았지... (서류를 뒤적이며) 말도 안돼. (죄인을 보며) 할머니!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서기! 잘못된 거 아냐? 할머니가 그럴 수 있지. 남의 집 애기라고 예쁘면 그럴 수 있잖아. 고추 생긴 것도 보고, 만져도 보고, 뚝 따먹자고도 하고. (서류를 뒤지며) 누가 고소했어? 외국인이네? (읽는다) 이 추행범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결과를 통보해 주십시오. 할머니! 외국 애를 뭐하러 만져요? 엄마가 한국여자라고요? 자기나라 풍속이 중요하면 우리나라 풍속도 이해하고 존중해야지 무죄! (땅땅땅!)


서기 : 다음 “강미란씨 사건” 심의를 위해 잠시 장내 정리를 하겠습니다.


(검사와 변호사 자기 측 증인들을 각 1명씩 데리고 나온다. 증인들은 때에 따라 여러역을 맡는다.)


(무대 움직임 중에 유행가 랩송을 개사한 것을 들려준다. ‘철이와 미애’ ‘현진영’ ‘서태지’ 노래 개사)

노래 : 그대 왜 아직도 모르는거야. 특별법 만들면 확 줄어. 어우어우어

난 알아요. 오늘이 지나고 내일 오면 우리가 성폭력 추방하러 앞선다는 걸.

그 사실 그 의미를 알 수가 알 수가 있어요. 어우어우어

특별법 고 특법 고! 여연법 고 통과 고!


재판장 : (망치 땅땅땅!) 그러면 심의에 들어가기 앞서 강미란씨 사건에 대한 얼거리를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서기!

서기 : 피고 강미란은 7세 때 당시 아버지 친구의 아들이며 당시 고교생이었던 남자 두명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강미란은 자신이 당한 것이 성폭력이란 사실을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17세 때 알았습니다. 강미란은 22년이 흐른 29세 때 6개월의 간격을 두고 두사람 모두 살해했습니다. 피고 강미란도 김부남씨처럼 성기를 찔러 살해했습니다. 이상입니다.

재판장 : 검사는 피고가 죄인임을 알기 쉽게 알려주시오.

검사 : 피고 강미란은 두 번째 살인을 하고 바로 자수했습니다. 자백과 증거가 일치하니 평소처럼 억지쓸 필요도 없습니다. 살인죄에 관한한 베테랑인 이 배검사가 입증하고 싶은 것은 계획살인 부분입니다. 변호사 측에서는 치사하게 여성단체를 등에 업고 무죄니 어쩌니 생떼를 쓰는데, 이런 철면피들에겐 쇠고랑을 채워야 합니다. 반드시.

검사 : 검사측 증인, 강미란 사건의 담당형사를 부르겠습니다.

형사 : 네! 접니다! 기다렸습니다!


(형사 무대앞에 와서 선다)


검사 : 피고는 피해자의 어디를 찔렀나요?

형사 : 성기부분입니다.

검사 : 몇 차례 찔렀나요?

형사 : 대여섯번...

검사 : 정확하게 하세요.

형사 : 마구 찔렀습니다.

검사 : 전문가가 보기에 상대가 왜 저항을 못했다고 생각합니까?

형사 : 강미란은 형사검증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빈틈없구만 그랬더니, 연습을 많이 했으니까 하며 잔인하게 웃었습니다.

변호사 : 이봐요! 형사! 소설써요? 잔인하게 웃어?

형사 : 취소합니다.

검사 : 피해자 두 명의 상처가 똑같습니까?

형사 : 네! 자로 잰 듯이.

검사 : 두사람 사이에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는데도요?

형사 : 네!

검사 : 어떻게 살인을 했길래 건장한 40대 남성 두 명이 맥없이 숨졌습니까?

형사 : 피고는 법대 1학년때 법으로는 벌을 줄 수 없다는 걸 알고, 호신술부터 창검술까지 배우지 않은 격투기가 없다고 합니다. 커다란 곰인형을 세워놓고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변호사 : 재판장님! 두사람 다 출장지 여관에서 잠자다 당했다는 걸 염두에 둬 주십시오.

검사 : 첫 번째 살인에서 범인을 잡았더라면 다음 희생을 막을 수도 있었을텐데요.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까?

형사 : 두 번째 피해자는 자신의 과거를 기억조차 못했습니다. 당연하죠. 중고생때 실수안하는 남자 있습니까? 피고는 탐정추리소설, 영화를 엄청나게 봤습니다. 증거를 단 한 개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여관방에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5분도 걸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변장을 했을거구요.

변호사 : 어이! 형사! 영화 찍어요? 왠 환상이야?

형사 : 환상이 아닙니다. 예측가능한 상상입니다.

검사 : 그러니까 아주 세련된 범죄행위를 하는 자란 말이죠?

: 네!

검사 : 됐습니다.


(검사 돌아가 앉는다. 변호사 나선다)


변호사 : 형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인하는 걸 보았죠?

형사 : 네!

변호사 : 왜 법도 있는데 살인으로 해결하려고 할까요?

형사 : 그거야 법이 속을 시원하게 해주지 않으니까 그렇죠.

변호사 : 그러니까 법이 피해당사자들의 억울한 심정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뜻인가요?

형사 : 뭔 말이랴? 어렵네. 사실 툭 까놓고 말해서 그 여자 복수심에 눈먼 거 아녜요. 어렸을 때 한 번 건드렸다고 그걸 한을 품고...

변호사 : 됐습니다.

형사 : 기껏해서 잡아놓으면 무죄고 정당방위야? 교통사고에도 피해자 과실, 가해자 과실 따지는 세상에? 마누라랑 싸우다 한번 해도 강간범이랴! 나, 원!

변호사 : 됐네!

재판장 : (망치 땅땅땅) 형사는 얼른 들어가서 고문기술자 이금안이나 잡아.

검사 : 다음 증인을 부르겠습니다. 죽은 피해자의 어머니입니다.


(어미니 앞으로 나선다. 몹시 흥분한 상태)


검사 : 어머니는 아들이 고교생때 저지른 일을 아셨습니까?

어머니 : 몰랐어요. 걔가 서른셋이던 가을에 알았죠.

검사 : 어떻게 아셨죠?

어머니 : 협박전화를 받았대요. 옛날일이라 지 처한테 못하고 나한테 의논했어요.

검사 : 협박이라뇨?

어머니 : 기집애가 미쳐가지고 전화를 걸어놓고 횡설수설하고... 낮도 없고 밤도 없고... 기집애가 지 아버지 사업 망했을 때 지하실 거저 빌려준 은공을 알면 그렇게 못하지.

검사 : 그때 신고하시지 그랬어요?

어머니 : 우새스러워서요. 남자들이 총각 때 다 그런거지. 기집애가 이쁘길 하나 일곱 살 때 그랬다고 해도 남이 보면 열 살인 줄 알게, 키만 커다란 년이...

검사 : 이상입니다.

어머니 : 저기 검사님! 우리 애가 명문대를 나왔습니다. 걔가 교통위반 딱지하나 뗀저깅 없는 애예요.

변호사 : 아드님이 죽기 전에 성폭력 사실을 인정했다는 말이죠?

어머니 : 아이고매! 성폭력? 옛날부터 열 계집 싫다는 사내 없다고 했소. 어린 게 까져가지고 오빠들 있는 방에 들어와 놓고. 일단 들어온 년이 죄가 있지. 왜 기집애가 총각들 있는 방에 들어온단 말요?

변호사 :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는 말인가요?

어머니 : 그날 우리 애 친구가 책을 하나 구해왔대요. 거 뭣이냐. 속궁합 맞추는 그림책.

변호사 : 체위에 관한 책이죠?

어머니 : 그거 보는 것도 죄요? 그런 것 파는 것이 죕니다.

변호사 : 책을 보다가 충동이 일어 강미란 어린이 당시 일곱살을 덥친거죠?

어머니 : 그 기집애가 방으로 들어왔다니깐. 제발로 걸어들어왔다니깐.

변호사 : 오빠들이 그림책을 보니까 만화책인 줄 알고 보여달라고 했다는데요?

어머니 : 참 딱하오. 미친년 말을 믿소? 이 성한년 말을 잘 들으시오. 그 기집애가 책을 달라고 떼쓰고 매달리고 그러니, 그래도 철이 든 것들이 보여줘야겠소? 안보여준다고 치우니까, 그년이 몸으로 덮치고 붙잡고 하니, 어디가 닿겄소? 손을 마구 휘두르면 어디가 만져지겄소?  

변호사 : 아주머니! 두 남자가 한 여자 어린애를 윤간한 겁니다. 강간도 아닌 윤간범이예요!

어머니 : 나, 당신 기억하겠소! 우리 애가 자식 둘을 놓고 죽었는데...

내가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할래도 손주 새끼들 알까봐, 여길 나왔는데...

변호사 : 전화를 자주 할 당시에, 왜 당사자들끼리 만나서 해결해 볼 생각은 안하셨습니까?

어머니 : 왜 안해? 가정파괴범인데. 그년 에미가 그러는데 기집애 눈앞에서 전화기를 싹 없앴더니, 거는 방법을 잊어버렸다고 합디다. 진짜 전화도 안오고 해서...

변호사 : 아들이 죽었을 때 신고하면 다음 피해자는 막을 수도 있었을텐데, 왜 안했죠?

어머니 : 내 아들이 죽었으면 세상이 끝난 건데, 집안의 대주가 무너지면 하늘이 무너지는건데 그런 생각이 어떻게 납니까? 그것도 밖에 나가 죽었는데...

변호사 : 아주머니! 딸이 있습니까?

어머니 :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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