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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2016년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캠페인 ‪#‎희망연결‬ 기획기사]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본문

역대 한국여성대회(제1-36회)/제32회 한국여성대회(2016)

[2016년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캠페인 ‪#‎희망연결‬ 기획기사]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여성연합 2016. 3. 2. 09:48

[2016년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캠페인 ‪#‎희망연결‬ 기획기사]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교수도 사업가도 회사원도 되지 못하고
크고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고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문정희,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중)


어디로 갔을까. 2015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OECD 국가의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28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문정희 시인의 시 속 화자의 외침이 절절해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한국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어 간다고만 보도하고 있다. 올해 2월 서울시의 개인택시, 한식당, 부동산 중개업 등의 사업체에서 근로하는 전체 종사자 중 여성 비율은 43.4%로 여성이 서울시 사업체 종사자의 절반 수준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여성 취업자의 증가 수 또한 2013년부터 3년 연속 남성보다 많다는 발표도 있었다. 이런 통계만을 본다면 여성의 사회진출이 남성과 평등하게 발전하고 있으며 성차별도 해소되고 있는 듯이 들린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평가는 근속년수, 연봉 개선, 남성과 여성의 육아휴직 보장 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단순한 머릿수의 증가는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를 증명하지 못한다.문정희 시인의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라는 시에서 이러한 여성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똑똑하고 적극적이던 여성들이 경제적 부담에 의해 또는 육아에 대한 부담 때문에 학업이나 직장을 포기하는 사례가 과거에도 지금도 드물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이나 육아와 같은 가족적 요인으로 인해 직장을 포기한 여성이 전체 기혼 여성의 22.4%에 달하고 있다(2014년 기준). 기혼 여성 5명 중 1명이라는 얘기다. 그 중 육아로 인한 30대 여성의 경력단절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오늘날 사업체에서 근로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추세여도 30대의 여성들은 육아와 출산으로 인해 다시금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통계들은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을 떠오르게 한다. 다섯 가구가 모여 사는 드라마 속 골목에는 자영업, 공무원, 은행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아버지들이 있었고, 늘 평상에서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는 어머니들이 있었다. 그래서 더 눈에 띄는 이가 있었다. 그 골목 어머니들 중 유일하게 전일제로 직장에 다녔던 이동룡(이동휘 분)의 어머니다. 보험회사에서 부장을 지냈던 그녀는 시간이 흘러 퇴직한 뒤에는 손자들을 돌본다. 그러나 동룡의 엄마는 곧 재취업한다. 슈퍼마켓의 계산대에서 일하더라도 ‘누군가의 엄마’, 혹은 ‘누군가의 할머니’로 불리는 것은 싫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내 이름은 조수향인데… ‘동룡 엄마’라고만 불리는 건 싫어요.” 적지 않게 놀랐다. 1980~90년대를 살았던 그녀들도 타인에게 종속된 삶이 아닌 오로지 자신을 위한 삶이 필요했던 것이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당시보다 지금은 사정이 나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가족적 요인으로 인해 직장을 포기한 22.4%의 기혼 여성들은 아직도 그 드라마 속에 살고 있다. 자신의 이름이 아닌 ‘누군가의 엄마’로 사는 것이다. 그간 우리는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이유로 그녀들이 드라마 속에, 시 속에만 존재한다 치부했던 것이 아닐까.


우리는 이 밀린 숙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재취업을 희망하는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며 여성들이 직장과 결혼, 출산, 육아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희망을 연결하는 시작점은 희망을 포기한 그들을 궁금해 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가 아니라 그들의 이름을 궁금해 하고 희망을 물어야 한다. 단순히 귀를 기울이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그들의 희망이 아직 현실에서 유효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지금 물어보자. 이름이 무엇인지, 희망이 무엇인지.



안지용(제32회 한국여성대회 온라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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