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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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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그녀에게 빵과 장미를!

여성연합 2011. 3. 24. 12:22

올해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의 슬로건은 “그녀에게 빵과 장미를”이다. 세계 여성의 날은 100여년 전 미국의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참정권과 노동조합 보장을 요구하며 뉴욕에서 시위를 벌인 데서 유래한다. 당시 노동자들이 외쳤던 것이 바로 빵과 장미였다. 

생존권을 빵으로, 인간답게 살 권리를 장미로 은유하고 있는, 어쩌면 산업화 초기에나 어울릴 법한 상징이다. 이 상징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인 2011년 한국에 다시 불러오는 것을 3·8 여성대회 조직위원회는 주저하였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더이상 없고 지금은 오히려 남성차별 시대라는 과장된 주장마저 나오는 현실에서 아직 만족할 수 없는 빵과 장미의 현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그러나 우리 여성들이 직면한 현실 몇 가지만 떠올려보자.

올해 여성운동상 수상자는 전 서울와이엠시에이(YMCA) 성차별철폐 회원연대 그룹인 ‘너머서’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여성 참정권을 헌법으로 보장했지만 2010년까지 서울와이엠시에이는 여성에게 총회 회원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세계 1만여개 와이엠시에이 중에서도 여성에게 총회 회원권을 인정하지 않은 곳은 서울와이엠시에이가 유일했다. ‘너머서’는 2002년에 이 문제를 제기했으나 8년이 지난 올해 1월에야 대법원에서 승소할 수 있었다. 여성 참정권은 아직도 당연하게 주어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돌봄노동은 또 어떤가? 청소노동자, 가사관리노동자, 식당노동자 등 대부분 여성이 일하는 돌봄노동 영역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최소한의 기본권인 노동권조차 얻지 못한 여성노동자의 수가 만만치 않다. 또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는 등의 발언으로 올해 성평등 걸림돌로 선정된 강용석 의원과 스폰서 검사의 사례에서 보듯 성평등한 문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2011년판 ‘빵과 장미’가 하려는 진짜 이야기는 이것이 아니다. 망가진 레코드처럼 “비정규직의 70%가 여성이고 여성이 수행하는 직무의 가치는 낮게 평가되며,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등 여성 인권 현실은 아직도 열악하다. 보육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일·가정생활 양립이 어렵고 여성들은 각종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신자유주의 경제 아래 여성 빈곤화 역시 가속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계속되지만 귀 막는 오늘의 현실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더는 여성문제를 마주하지 않으려는 사회를 향해 우리는 ‘3·8 세계 여성의 날’의 존재와 그 의미부터 다시 이야기하려 한다. 우리의 이야기가 들리도록 여성대회부터 변신한다. 시민 속으로 들어가 시민과 함께 여성을 생각해볼 계획이다. ‘화이트데이 대신 위민스데이’ 캠페인은 국적 불명의 화이트데이 대신 세계 여성의 날인 3월8일 고단한 삶을 함께 견디며 나아가는 우리의 어머니, 누이, 이웃인 여성들에게 “축하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전하며 기념하자는 제안이다. ‘허스토리 텔링’(herstory telling)은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오늘날 여성들의 삶의 맥락을 살피며 공감을 키워가려는 것이다.

그동안 여성들의 헌신과 여성운동 덕분에 여성의 지위가 개선되고 차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 비정규직 차별 없애고, 최저임금 인상하라’, ‘가족친화적인 사내문화 확산하고,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하라’, ‘한반도의 화해협력 실현하라’, ‘여성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하라’, ‘이주여성의 체류권과 모권 보장하라’, ‘친고죄를 폐지하라’, ‘가정폭력 피해자 생명권을 보장하라’는 여성들의 외침은 계속 들려온다. 우리는 아직도 ‘빵과 장미’를 외쳤던 미국의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1908년 뉴욕의 그 광장에 서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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