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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개회사 본문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제27회 한국여성대회 개회사
권미혁, 김경희, 김금옥 공동대표
지난 겨울 너무 추워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봄이 3․8 세계여성의 날과 함께 시작되고 있습니다. 1948년 맥이 끊겼던 여성대회를 1985년 복원한 이래 한해도 빠지지 않고 오신 분이 있을 만큼 이 대회는 여성운동의 대표적 행사입니다. 그런데 오래도록 이 대회를 지켜오신 분들은 대회장소에 들어서시면서 조금 달라진 것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우선, 늘 주말에 일․이천명의 규모로 진행되던 기념식을 올해는 소박하게 이곳 프레스센터에서 열었습니다. 다음으로 “그녀에게 빵과 장미를”이라는 감성적인 슬로건입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2011년 한국여성대회 조직위원회가 담고 싶은 특별한 메시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Again 1908 ‘그녀에게 빵과 장미를’
100여년 전 미국의 여성섬유노동자들이 참정권과 노동조합 결성 보장을 요구하면서 시위를 벌인 데서 시작된 여성의 날은, 당시의 구호가 바로 생존권으로 상징되는 빵과 인간답게 살 권리를 이야기하는 장미였습니다. 이번 대회 슬로건으로 빵과 장미를 택한 것은 바로 G20을 개최한 OECD 가입국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아직 빵과 장미를 얻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입니다.
최근 홍대 청소노동자의 사례에서 보듯 여성들이 주로 종사하는 돌봄노동은 대부분 비정규노동이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밥 한끼 먹을 조그마한 공간도 없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오늘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하게 된 ‘전 ymca 성차별철폐 연대’의 경우도 여성에게 총회회원권을 보장하지 않은 YMCA의 현실에 맞선 참정권 운동으로써 어찌보면 오늘날 당연하게 여겨지는 여성의 참정권이 100여년 전 여성들의 투쟁을 통해 쟁취했던 것임을 되생각하게 합니다.
‘그녀에게 빵과 장미를’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이미 해결되었다고 착각되는 여성생존권과 인권을 다시 2011년의 주요 문제로 꺼내 들 수밖에 없는 오늘의 현실을 여성운동이 반드시 바꾸어내겠다는 다짐일 것입니다.
시민 속으로 찾아가는 27회 한국여성대회
다음으로 ‘기념식’과 ‘이야기’ 그리고 ‘광장’ 이렇게 세부분으로 구성된 이번 대회는 기념식을 소박하게 하는 대신 이야기작업과 광장의 퍼포먼스를 통해 시민과 만나는 데 더 많은 힘을 쏟으려고 합니다. 대한민국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화하는 작업인 ‘허스토리 텔링’은 새로운 플랫폼인 온라인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많이 소통될 것이기에 아날로그인(人)들에게는 불친절하게 보일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좀 더 새롭고 젊은 공간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확장하려는 일환입니다.
광장은 ‘시민에게 직접 찾아가는 3․8여성대회’의 무대가 될 것입니다. 전국 주요 도심에서 벌어질 댄스 플래시몹을 통해 ‘3․8 여성의 날’ 자체를 알리고 시민들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여성의 날을 맞아 주변의 누이, 여성동료, 엄마들에게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축하합니다’ 등의 덕담을 하는 캠페인은 벌써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2011년 여성운동의 과제
올해도 여성운동이 주력할 과제는 많습니다. 일, 가정 양립을 위해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볼 수 있는 제도와 문화의 정착, 질좋은 일자리 확충, 인권 3법이 만들어진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안전권의 문제,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서 평화의 획득 등이 그것입니다.
이번 3․8 여성대회를 기점으로 우리들은 그동안도 계속 실천해오던 위의 문제해결을 위해 100여년 전 아무것도 없던 불모지에서 빵과 장미를 들고 외쳤던 선배여성운동가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고자 합니다. 다행히 우리의 이야기에 동참하고, 광장의 이벤트에 뜨겁게 호응하는 시민들을 확인하고 있어 우리는 힘을 얻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만나고자 여러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한 이번 3․8여성대회에 높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